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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와 처벌 - 업무방해, 협박, 강요미수 3종 세트

김밥참치 2022. 6. 23. 22:25

 

0. 들어가며 - 소비자 권리의 한계

 

요즘은 그야말로 "소비자의 시대" 같다.

 

소비자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지지만, 그 권리는 소비자가 지불한 대가에 상응하여 발생하는 것인데, 만약 소비자가 지불한 대가 이상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소비자의 권리가 아니라 생떼이자 억지가 된다.

 

 

1. 악성 민원은 범죄가 될 수 있다.

 

악성 민원, 즉 자신이 가진 권리를 넘어선 것을 요구하는 행위는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업무방해, 협박, 강요미수가 함께 문제된다.

 

민원의 상대방은 주로 영업장일 것이므로, 소비자로서 의견을 제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행동은 업무방해죄[각주:1]의 '위력'에 해당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반복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행위, 사업장에서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문제된다.[각주:2]

 

악성 민원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멘트가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OOO하겠다"이다. 경찰이나 행정청에 신고하겠다는 것은 양반이고, 언론에 제보하겠다거나, 유튜브나 블로그에 폭로하겠다거나, 심지어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여서 회사에서 징계받도록 하겠다는 말, 가족을 해하겠다는 말 등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상대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내용의 민원은 협박죄[각주:3]가 될 수도 있다.

 

강요죄[각주:4]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성립할 수 있는데(형법 제324조 제1항), 악성 민원은 보통 강요의 "미수"가 된다. 무리한 요구는 보통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악성 민원은 자신이 가진 권리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강요(미수) 행위가 될 수도 있다.

 

 

2. 악성 민원이 유죄로 처벌된 사례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의 사례를 소개한다.

 

소비자가 구입하여 복용해왔던 영양제에 일부 이물질이 묻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해당 수입 판매업체("피해자 회사") 고객응대팀에 전화하였는데, 상담원이 제품에 이상이 없다고 답하자 식약처 등 관련 기관에 신고를 하였다.

 

소비자는 약 2주의 기간 동안 총 8회에 걸쳐서 항의전화를 하였는데, "비양심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사라져야 한다"고 항의하거나, "상담내용이 포함된 동영상을 만들어 게시하겠다"거나, "청와대 민원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하겠다", "형사고소를 하겠다", "언론에 알리겠다", "손해배상소송을 하겠다", "전국에 리콜을 하라", "상담원의 상담이 부적절하다(사과하라)", "상담원의 소속부서를 찾아서 징계를 받게 하겠다", "회사에 영업정지 처분과 과징금이 부과되게 하겠다" 등의 말을 하였다.

 

법원은 이에 대하여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가 판매한 영양제 중 유해성이 의심되는 부분에 관하여 소비자로서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행위"라고 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권리의 부당한 행사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의 고객 응대 업무가 방해될 위험성이 발생하였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고지한 내용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내용이고, (협박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내용이 반드시 불법적인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고, 피해자 회사가 판매한 영양제 중 유해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물질의 성분이나 유해성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유해한 것으로 단정하고 언론이나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가지는 정당한 권리의 행사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고, 또한 상담직원에게 징계를 받게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니라고 보았으며, 결국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상담원에게 사과를 강요한 것은 만약 영양제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담원이 도의상 사과할 책임이 있는 것과 별개로 법률상 사과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는 강요 행위가 된다고 보았다. (다만 상담직원이 사과를 한 것은 아니므로 강요미수죄가 된다)


  1.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문으로]
  2. 욕하고 상대를 위협하는 행위가 업무방해가 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본문으로]
  3. 형법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본문으로]
  4. 형법 제324조(강요) ①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문으로]